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지만, 세계 보건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담배•비만을 제치고 전 세계 사망 위험 요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사망에 대한 기여도가 가장 큰 위험한 질환입니다. 혈압은 항상 일정하지 않고 오전에 서서히 상승해 저녁에 하강하고 새벽에 가장 낮아지는 일중 변동이 있고, 계절 변동도 있어 사실 측정할 때마다 다르기 때문에 특정 시간대에만 혈압을 측정하면 숨은 고혈압을 놓치기도 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혈압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 모두 120mmHg와 80mmHg 미만일 때를 정상 혈압이라고 분류하며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를 말합니다. 혈압은 개인의 활동 정도, 심리•육체적 스트레스, 호르몬, 약물, 음식, 자세,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합니다.
또한 고혈압의 진단과 치료, 예후 평가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정확한 혈압 측정이지만 측정된 혈압은 측정 환경과 기기, 측정 방법 등에 따라서도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진료실 혈압을 표준적인 방법으로 반복 측정하거나 부가적으로 활동 혈압 측정 또는 가정 혈압 측정과 같은 진료실 밖 혈압을 측정해 고혈압을 진단하고 분류하게 됩니다.
진료실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다양한 숨은 고혈압
고혈압은 정확한 혈압 측정이 이루어져야 이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고 불필요한 약물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숨은 고혈압들이 있습니다.
국내 활동 혈압 측정 연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진료실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를 만나면 긴장되면서 일시적으로 혈압이 높아지는 ‘백의 고혈압’이나 반대로 평상시에는 혈압이 높은데 병원에서만 혈압이 정상으로 측정되는 ‘가면 고혈압’이 각각 약 10%, 약 20%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면 고혈압은 주로 남성이나 고령, 흡연자에게서 잘 나타나며, 병원에 오는 시간대에만 혈압이 조절되고, 그 외 대부분 시간대에는 혈압 조절이 되지 않아 응급상황이 발생하거나 심뇌혈관 합병증이 발생해서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노화•흡연 등으로 인한 혈관 탄력성 저하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혈관 탄력이 감소하면 혈압 변동 폭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정상인의 경우 수면 시 10~20% 정도 혈압이 떨어지는데 주간 혈압은 정상이나 수면 중에 혈압이 상승하는 경우(야간 수축기 혈압>125mmHg와/또는 이완기 혈압>75mmHg)를 야간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낮 동안의 높은 활동량, 수면 무호흡증 등 낮은 수면의 질, 높은 교감 신경계 작용, 신장 기능장애 등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심혈관계 위험도를 증가시킵니다.
일반적으로 기상 후 2시간 동안 또는 오전 7시부터 9시 사이에 측정된 혈압의 평균을 아침 혈압으로 보는데 아침 고혈압은 평소 진료실 혈압과 상관없이 24시간 활동 혈압 검사상 아침 혈압이 135/85mmHg 이상인 경우를 말합니다. 특히 아침 시간은 혈압약의 약효는 가장 떨어지면서 교감 신경계는 가장 활성화되는 시기여서 급격한 혈압의 상승으로 급성 뇌졸중이나 심혈관계 질환이 증가해 고혈압약으로 혈압이 잘 조절되는 환자에게서도 아침 혈압을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료실 밖 혈압 측정, 진료실 내 측정만큼 중요
이렇듯 병원에서 정상 혈압 판정을 받았어도 집에서 잰 것과 차이가 크다면 안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편안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측정한 가정 혈압 측정을 통해 아침 혈압, 주간 활동 혈압, 야간 혈압 등 혈압 변동 추이를 볼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진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한 고혈압학회의 관리지침에서는 가정 혈압을 매일 아침 약물 복용과 식사 전,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각 2회씩 총 4번 측정하는 것을 권고합니다. 집에서 혈압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법과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① 혈압은 화장실을 다녀온 후 의자에 등을 편히 기대앉아 5분간 안정을 취한 후 측정해야 하며, 측정 시 두 발이 바닥에 잘 닿아 있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압박대는 심장과 같은 높이에 오도록 착용합니다.
② 이때 옷은 얇게 입고, 압박대는 손가락이 1~2개 들어갈 정도로 여유를 두고 팔꿈치를 테이블 바닥에 대고 긴장을 푼 상태에서 측정하며 측정이 끝날 때까지 움직이거나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③ 측정 30분 이내에는 카페인 섭취, 운동, 목욕, 흡연 및 음주는 삼가야 하며 측정이 끝난 뒤에는 혈압 수첩에 기록하고, 1분 휴식 후 다시 한번 측정해 기록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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